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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베르나르베르베르 - 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처음 읽어보았다. 한국에서 매우 유명한 작가여서 늘 궁금했는데, 책이 가벼운 편이어서 후룩 3-40분 만에 읽을 수 있었다. 희곡 형태로 3명의 등장인물이 나와 한 인물(아나톨 피숑)의 삶을 심판하고 변호하는 내용의 소설이다.



베르베르가 『인간』 이후 다시 한번 시도한 희곡이며, 천국에 있는 법정을 배경으로 판사 · 검사 · 변호사 · 피고인이 펼치는 설전을 유쾌하게 그려 냈다. 베르베르 특유의 상상력과 유머가 빛나는 이 작품은 희곡이면서도 마치 소설처럼 읽힌다. 원제는 <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Bienvenue au paradis>이며 2015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어 4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심판』은 총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막에서는 수술 중 사망한 주인공이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천국에 도착하여 변호사 · 검사 · 판사를 차례로 만난다. 제2막은 주인공의 지난 생을 돌이켜보는 절차가 진행되며, 제3막은 다음 생을 결정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주인공은 방금 전 사망한 아나톨 피숑. 살아 있을 때 판사로 일했던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죽자마자 피고인의 처지가 된다. 골초였던 그는 폐암에 걸렸고, 인력이 부족한 휴가철 한복판에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소생하지 못한다. 그는 이제 심판에 따라 천국에 남아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다시 태어나야 할 수도 있다.

아나톨은 자신이 좋은 학생, 좋은 시민, 좋은 남편 및 가장, 좋은 직업인으로 살았다고 주장하고, 아나톨의 수호천사이자 변호를 맡은 카롤린 역시 어떻게든 그의 좋은 점을 부각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검사 베르트랑은 생각지도 못한 죄를 들추어낸다. 과연 아나톨은 사형, 아니 다시 태어나야 하는 <삶의 형>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출처 알라딘 책소개 페이지


읽으면서 초반에는 흐름이나 저자의 의도를 좀 알겠다~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옹?? 싶은 책이었다.


책은 삶을 일궈나가는데 25퍼센트의 유전, 25퍼센트의 카르마, 50퍼센트의 자유의지를 재료로 한다고 이야기한다.

카르마는 전생에서 원했던 삶의 방향성을 의미하는데, 난 재능을 의미한다고 이해하고 읽었다.

(카르마 = 전생이 원하는 새로운 삶의 방향성 = 자신이 원하던 것/재능을 찾고 자신의 포텐을 발휘하여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

나는 이것이 꽤나 타당한 관점이라고 생각했다.


책 초반부를 읽으면서, '나에 충실한 삶, 주변 인물이나 환경에 휘둘리기보다는 나에 집중하여 재능을 찾고 펼치는 충만한 삶'이 심판의 주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였고. 이것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우리의 삶에 충실하자!'의 메시지라고 생각했지만, 이후 내용을 읽을수록 그런 건 또 아니구나.. 느꼈다.ㅋㅋ



재능 외에도 다른 기준들이 소설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재능을 포기한 삶을 선택한 그의 결정은 갑작스럽게 변한 상황(갑자기 생겨버린 아기)에 최선을 다하기 위한 결정 + 그의 삶 속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사건의 영향이었음에도, 그의 인생이 비판적으로 심판되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약간은 부당해 보였다.

게다가 책에선 모범적인 행동이나 희생정신(영웅적 모습)을 발휘할 경우에는 사후세계 평가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부분도 있다. 이것은 선의를 높은 가치로 여기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말 이때부터는 어지러웠다...(사실 나는 소설을 보면서도 자꾸 의도된 바를 찾아내고 정답을 찾으려는 나쁜 습관이 있다. 소설은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되기에 재미있는 것인데, 이런 고약한 습관이 또 소설을 즐기는 것을 방해하는구나 느끼기도 했다.)

사후세계에서는 한 인간의 삶에 대한 정답(재능을 펼치고 위대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며 올바른 배우자를 찾는 것)을 가지고 이를 잘 따랐는가를 심판의 기준으로 삼는다. 게다가 심판에는 상당히 주관적인 사후세계의 판사, 변호사, 검사의 관점들도 포함된다. 심판하는 존재들은 절대적이어야 함에도 그렇지 않은 모순적 존재로 묘사된다.  '선'을 따르는 것은 판단이 기준이 아닌가? 싶다가도 판단의 기준으로 쓰인다. (띠용????)

어쩌면 내가 혹은 우리 사회에서 선이라고 당연시 여기는 행동(신의, 희생)들이 심판에서 고려되지 않았기에 불편함을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는 책이 주는 시사점을 찾기보다는 그저 삶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는 책 정도로 생각하며 읽었다. 읽으며 삶에 대한 나의 관점을 한 번쯤 정리해 보기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삶은 정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즐기며 주어진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며, 각자의 이야기를 써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항상 최선을 다해 절대적인 선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절대적인 선보다 회색지대가 더 많이 존재한다고 느껴진다. 선을 행동으로 여기더라도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악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선'을 따랐는가 또한 평가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고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하지만, 절대적인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주절주절..)

그저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고, 삶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탐구하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캐릭터 중에는 가브리엘의 관점이 가장 공감되었다. 인간은 감정을 느끼고 나누고 함께 즐기며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존재들이다.

물론 나는 인간들의 삶이 정확히 ^똑같다^고 보기보다는 모두가 동등하며 각자 개성 있는 삶을 즐기며 살아간다! 는 관점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사후세계의 안정적이고 보장된(?) 안락한 삶을 버리고 형벌로 여겨지는 환생을 택한 캐릭터이기도 해서 정말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묘사한다고 느꼈다.ㅋㅋㅋㅋ



소설은 아나톨 피숑의 삶을 심판하는 사후세계의 존재들을 우스꽝스럽고 편견에 차 있으면서도 완벽하지 않은 존재로 묘사한다. 이들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주관을 중시하며 타인의 삶을 판단한다. 이 점이 나에게는 꽤 웃음포인트였다. 그들은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며,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좀 더 가볍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하는 것 같았다. (삶을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은 존재하지 않으니 그저 나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도 된다는 시각!)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 졌다!